[서평]엔지니어 인생에는 NG가 없다 (1)
[서평]엔지니어 인생에는 NG가 없다 (1)
21세기는 엔지니어링의 시대, 아름다운 엔지니어와의 만남"엔지니어 인생에는 NG가 없다"
엔지니어라면 가질 수 있는 고정 관념, 딱딱하다, 경직되어 있다, 고집이 세다(곤조가 있다), 즐길 줄 모른다,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 등등….그러면 엔지니어는 도대체 어떠한 사람들인가. 그리고 엔지니어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엔지니어로서 꿈꾸어야 할 미래는 어떠한 것인가.일찍이 이러한 부분에서 읽기 쉽게, 그리고 엔지니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정리된 책은 별로 없었다. CAD/CAM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히 이름쯤은 들어보았을, 그리고 각종 행사장에서 그들의 유머와 재치를 익히 보았을 법한 한양대 기계공학부 김재정 교수와 백일승씨(전 한국아이비엠 엔지니어링 솔루션 사업부 실장)가 한 권의 책을 펴냈다. "엔지니어 인생에는 NG가 없다"(김영사)라는 책을 통해 그들이 지내온 세월의 면면과 그 아름다운 흔적들을 만나보자.
■ 최 경 화 편집장 kwchoi@cadgraphics.co.kr
"사람은 모두 다 엔지니어, 엔지니어링은 인간의 본능. 시냇물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만드는 것은 복잡한 계산에 의해서가 아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징검다리를 이용하는 사람의 보폭과 물살을 생각한다... 참다운 엔지니어는 존경을 받아야 한다.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위한 구조물의 창조에 노력하는 엔지니어는 어쩌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본능을 실험해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 쓰여진대로라면 인간에게 엔지니어링은 기본적인 본성인 듯 싶다. 물론 "사전적인 의미에서 인간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와 함께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금융 엔지니어 등 다양한 새로운 직업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1. 엔지니어의 원조를 찾아서엔지니어의 원조는 누구일까. 이 책에서는 인류 최초의 공학자로 다이달로스를 꼽고 있다. 다이달로스는 황소 괴물을 가두어 두는 미궁 '라빈토스'를 설계, 시공하고, 자신의 아들과 함께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어깨에 붙이고, 공중 비행으로 탈출을 시도하면서 아들에게 밀랍은 열에 약해 태양 쪽으로 가까이 가면 녹아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아들 이카로스는 바람으로 인한 추위 때문에 태양 가까이 날아가고, 밀랍이 녹아내리면서 이카로스는 바다로 추락하고 만다. 현대판 다이달로스 격인 비행기 설계자, 정비 지침서를 무시하는 비행기 조종사의 모습은 현대판 이카로스로 해석해 볼 수 있다.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는 그의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미리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신의 세계에만 존재하던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로 인해 제우스에 의해 자신의 심장을 독수리에게 쪼이는 벌을 받게 되나, 그가 남긴 두 가지는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남아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다."엔지니어는 미리 생각해야 하고, 인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2. 엔지니어의 본질을 찾아서남성이 대부분인 엔지니어는 물론 모델을 좋아한다. 그것도 슈퍼 모델을. 필자는 엔지니어가 좋아하는 모델은 패션 모델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고, '모형' 즉 설계 대상을 모델로 만들어 본다는 의미이며, 정확하고, 완전한 공학 모델을 '슈퍼 모델'이라고 부르고 있다.다빈치에 대한 해석 또한 재미있다. 다빈치는 단순히 위대한 미술가인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들 중에서 1위로 꼽히는 그는 자신을 소개한 글에서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발명 아이디어나 제작 기술에 대해 주로 언급하고 있으며, 미술적 재능은 극히 일부분, 마지막에 기술하고 있다. 그의 엔지니어적인 재능은 자동화 개념의 창안, 3단 기어로 작동되는 굴대, 수력으로 작동되는 자명종, 도랑 청소에 쓰는 기중기를 설계했으며, 장갑차, 기관총, 박격포, 미사일과 잠수함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설계들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개념 설계를 해놓고 있다. 다빈치의 강한 호기심과 7,000페이지에 달하는 아이디어 노트로 보여지는 메모 습관, 해부학에까지 조예가 깊은 실험 정신,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구체화시켜가는 마인드 맵 등은 바로 우리가 유쾌한 천재 다빈치로 배워야할 덕목들로 소개하고 있다.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에다가 평화상까지 지정되어 있는 노벨상에는 공학상은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노벨의 아버지는 엔지니어였고, 노벨도 어린 시절 화학자 및 다이너마이트 발명자로서 삶을 살아왔으며, 이로써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노벨은 그 직업이 엔지니어거나 그와 비슷할 텐데 공학상을 지정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사후, 상을 제정하는 과정에서의 실수로 보여진다. 인류 복지에 가장 구체적인 공헌을 하는 사람은 과학자들보다도 엔지니어들이며, 과학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고, 공학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엔지니어의 전형은 딜버트이다. 머피의 법칙이 1949년 에드워드 공군기지의 충격 완화 장치 실험이 기술자의 배선 실수로 실패하면서 "무언가 잘못될 수 있는 일이라면 틀림없이 누군가 그 잘못을 저지르게 마련이다."라고 머피 대위가 투덜거리면서 내뱉은 것에서 연유된 것이라면, 딜버트의 법칙은 애인보다 컴퓨터를 더 사랑하는 엔지니어이자, 샐러리맨의 전형이다.딜버트의 가장 기본이 되는 중심 법칙은 "가장 무능력한 사원들이 회사에 가장 적게 타격을 입히는 부문 즉, 경영층으로 옮겨진다." 열심히 일하지만 승진에서 탈락되는 엔지니어들에게는 얼마나 통쾌한 변명인가. 딜버트의 OA5는 다음과 같다.
- 독창적인 일은 아침에 하고, 일상적이고 두뇌 사용이 필요없는 일은 오후에 한다. 예를 들면 임원회의는 오후에 열게 한다.- 회의 짧게, 요점만 간단히, 앞으로 진행되게. 간략함과 정확함이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은 날려 버리고, 그 이유를 명확히 한다.- 요점없이 길게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은 정중하게 자른다.- 작은 일에 효율성을 발휘한다. 예를 들면 사무실 용품을 구입한다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말고, 매달 사원들의 봉급에 25달러씩을 더해 근처 가게에서 원하는 용품을 구입하게 한다. 그 돈이 남으면 사원들이 챙기게 한다.(얼마나 신나는 회사인가.)
딜버트 법칙에서 엔지니어는 보통 사람과 다르며, 사회성이 없고, 패션과 용모에 신경 쓰지 않으며, 기계에 대한 열정이 있고, 스타트랙 광이며, 기술과 인간 관계에 관한 한 언제나 정직하며, 검소하기로 악명이 높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혜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좋아하며, 주위의 모든 일을 잊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법칙화하고 있다. 실생활에서 엔지니어는 이같은 사람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참고하고, 활용해야 할 충고임에는 틀림없다.
3. 엔지니어에 대한 오해와 편견필자가 유학 시절 겪었던 경험담 중의 하나이다. 키 190cm의 롱다리 솔리드웍스의 Jon은 필자의 후배로서 책상에서 일할 때는 항상 다리를 쭉 펴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키보드나 책은 무릎 위에 올려놓고 의자 등받이를 앞뒤고 건들거리며 공부를 해 '건들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었다. 그러나 미국 유학 시절, 프로그램의 유저 인터페이스 프로그램을 개발, 그를 놀라게 했으며, 벤처회사를 차리더니 새로운 개념의 PC용 프로그램인 솔리드웍스를 개발했고, 어마어마한 돈방석에 올랐다(다쏘시스템은 솔리드웍스를 3억 2,00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치르고 합병했다.) 조용히 책상에서 연구만 해야 하며, 안정된 연구가 보장되는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엔지니어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도전정신으로 성공한 '건들이' 존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것을 설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필자는 엔지니어에 대한 10가지 오해와 진실로 기술만 중시하는 메마른 사람들, 잘해야 공장장,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 적절하며, 여자에게 맞지 않은 직업이고, 법대, 의대, 상경대 입학 실력이 안되면 지원해 볼만하다, 매우 딱딱한 공부를 해야 한다. 점퍼에 헬멧을 착용하면 모두 엔지니어, 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의 전유물, 국가의 기술력은 일반 국민과는 무관한 엔지니어들의 책임, 예술과 엔지니어는 거리가 멀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드라마 주인공에는 사업가, 의사, 변호사, 대학교수, 교사 등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엔지니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외국의 경우 건물 설계자가 누구인지를 밝히고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우리는 건물주의 이름이나 시공회사, 건물 소유 재벌 회사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 고작이다. 참다운 엔지니어가 존경을 받는 사회, 엔지니어 실명제는 성공한 모든 영업 활동은 영업 조직의 노력이며, 실패한 사업의 주된 원인은 기술 부족이거나 엔지니어의 능력 부족이라는 잘못된 시스템과 연관이 있다.
CAD & 그래픽스 2000년 5월호 발췌
작성일 : 2005-09-28